구매하기 감상적인 살인 청부업자가 펼치는 독특한 하드보일드“청부 살인에도 스타일은 있다”이사카 고타로, 스티븐 킹 강력 추천 살인 청부업자 켈러는 업무차 들른 마을에서마다 은퇴해 정착할 꿈을 꾼다. 뉴욕이 아니면 금세 질릴 것을 알면서도. 중년의 살인자가 백일몽을 꾸며 이어나가는, 비정하고 낭만적인 살인의 일상.미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켈러의 심리 치료」와 「현장의 켈러」를 비롯해 총 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현대 하드보일드의 걸작.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스물네 번째 작품 『살인해드립니다』가 출간되었다. 미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5회 수상 및 그랜드 마스터상, 그 외 다수의 상을 받은 거장 로런스 블록의 대표 연작 단편집으로, 감상에 젖은 살인 청부업자라는 강렬한 캐릭터 ‘켈러’를 중심으로 독특한 하드보일드가 펼쳐진다. 첫 단편 「솔저라고 부르면 대답함」에서부터 미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단편상 후보에 올랐으며, 수록된 10개의 단편 중 「켈러의 심리 치료」와 「현장의 켈러」가 미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살아가다 살인 청부업자가 직업인 주인공 켈러는 이미 오래 일해 왔기에 살인에는 충분히 익숙하다. 대상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대상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는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살해 대상을 만나러 간 여정 동안 살인 청부업자인 그에게 감상적인 마음이 드는 게 문제다. 그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죽이러 먼 거리를 달려온 자신을 사연을 가진 카우보이에 비유해 상상한다거나, 우연히 일을 그만두고 시골에 정착해 평범하게 살아가는 환상에 빠진다. 어릴 적 외로운 기억까지 되살아나 본격적으로 가벼운 우울증도 찾아온다.로런스 블록은 평범한 현실과는 아주 멀어 보이는 비현실적인 존재, 살인 청부업자의 우울을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의뢰를 수행하러 갔다가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난처해하기도 하고, 울적해하기도 하는 살인 청부업자는 쉽지 않은 출장에 지친 세일즈맨 같다. 독자들은 켈러를 아주 친근한 이웃처럼 느끼다가, 그가 결정적인 순간 살인 청부업자답게 대담하게 일을 처리하는 장면에서는 허를 찔린 것처럼 감탄하게 된다.첫 단편 「솔저라고 부르면 대답함」을 내놓은 뒤 시리즈로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던 로런스 블록은 독자들의 열띤 반응에 응답해 2015년까지 켈러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집을 5권 출간했으며, 『살인해드립니다』는 그중 첫 번째 작품집이다. 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현대 하드보일드 『살인해드립니다』는 정통 하드보일드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 켈러는 사립 탐정이 아니라 범죄자이며 감정 묘사가 극도로 자제되고는 있지만 작품 내내 감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을 포장하지 않는 로런스 블록 특유의 시선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환상도 비하도 없이 직시하며 자신의 모순까지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바라보는 켈러의 모습은 하드보일드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챈들러 이후 하드보일드는 과할 정도로 화려한 묘사가 가득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묘사를 자제하는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로런스 블록은 그중 후자로, 대부분의 작품에서 대화문 외의 서술문에 많은 문장을 할애하지 않으며 문장을 장식하는 수사 또한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로런스 블록이 대단한 것은 적확한 서술만으로 ‘살인 청부업자’라는 강렬한 직업적인 속성에 휘발될 가능성이 높았던 켈러의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그의 다른 대표 시리즈, 알코올 중독자 사립 탐정 ‘매슈 스커더’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듯 그는 인물의 독특한 속성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인간의 복합적인 삶을 묵직하게 그린다. 《피플》은 『살인해드립니다』에서 블록의 눈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켈러에게 “삶을 바라보는 완벽한 관찰자”라는 찬사를 바쳤다. 뉴욕의 일대기를 그리다 : 범죄의 온상에서 다양한 삶의 도시까지 로런스 블록은 태어나고 자란 뉴욕을 배경으로 각양각색의 하드보일드 시리즈를 창조했다. 직업상 온갖 곳을 돌아다니는 불면증 스파이 에번 태너를 제외한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들, 사립 탐정 매슈 스커더와 버니 로덴바, 『살인해드립니다』의 주인공 살인 청부업자 켈러는 모두 본거지를 뉴욕에 두고 활동한다.21세기 들어 뉴욕은 파리와 함께 자유와 예술과 낭만을 상징하는 도시로 꼽히지만, 1994년 루돌프 줄리아니가 시장으로 부임해 획기적으로 범죄율을 낮추기 이전에는 범죄의 도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도시였다. ‘매슈 스커더’ 시리즈는 이 루돌프 줄리아니 취임 이전의 뉴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직 경찰이었던 사립 탐정이 건조한 목소리로 끔찍한 사회상을 고발하는 이 시리즈는 하드보일드의 전형이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다. 한편 감상에 빠진 살인 청부업자 ‘켈러’ 시리즈는 주인공의 직업상 범죄를 폭로하기보다는 자신이 저질러야 할 범죄에 얽힌 사건들을 보여주는 하드보일드다. 거기에 배경 또한 확실히 21세기의 세련된 뉴욕으로 바뀐다. 800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 뉴욕은 더이상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이 있는 도시가 아니라, 삭막해 보일지언정 각 개인이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고유한 삶과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800만 가지 삶이 있는 도시로 그려진다.살인 청부업자를 흔히 볼 수 있는 시카고식 하드보일드에는 갱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과 더불어 과다한 폭력과 폭언이 흐른다. 반면 『살인해드립니다』는 켈러가 과시형 폭력에 거리를 두고 “그는 결국 뉴욕 사람이었다. 조금 덜 눈에 띄고 조금 더 세련된 방식에 마음이 기울었다”라고 서술하는 모습에서 읽을 수 있듯이 시카고식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멀다. 블록이 어떤 방식으로 고전적인 시카고식 하드보일드와 선을 긋고 현대 뉴욕식 하드보일드를 그려내는지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런스 블록은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편이 넘는 단편들을 내놓은 대표적인 다작 작가다.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가면서도 훌륭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한 공을 인정받아 1994년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그랜드 마스터상을 받았다. 이어 십 년 뒤인 2004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카르티에 대거상을 받아 양대 협회의 평생 공로상을 모두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수상력도 대단해서 미국 추리작가협회 에드거 최우수 작품상 5회, 앤서니 최우수 작품상 1회, 셰이머스 최우수 작품상 4회, 일본 몰타의 매상 2회 수상에 그 밖에 네로 울프상과 독일의 필립 말로상까지 받았다.2010년대 들어 작품 활동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로런스 블록은 『골든 슬럼버』 등을 쓴 이사카 고타로가 ‘켈러’ 시리즈를 두고 “내가 쓰고 싶은 것의 최종판일 것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영미 유럽을 넘어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