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제66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5년 전, 고의적으로 사망자 5명, 부상자 23명에 달하는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형수 이소자키에게 팬레터가 도착한다. ‘나’는 팬레터를 보낸 야마모토 유코를 조사하게 되고 그녀가 5년 전 폭풍이 치던 밤에 실종되어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조사 끝에 야마모토와 이소자키의 집이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마침 거대한 태풍이 일본열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어두운 범람」) 미스터리 단편의 명수 와카타케 나나미의 미스터리 단편집 『어두운 범람』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제66회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한 표제작 「어두운 범람」을 포함해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 『어두운 범람』은 일상 미스터리에 악의와 음모를 살짝 끼워 넣어 독자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극상極上의 작품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한 편 한 편의 밀도가 높다. 더불어 『네 탓이야』, 『의뢰인은 죽었다』 등에서 활약했던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수상작가 와카타케 나나미는 단편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데뷔해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에 비해 문학상의 운은 따르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닫힌 여름」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후보에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고, 그후로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및 연작 단편집 부문에 네 번이나 후보로 올랐으나 안타깝게 수상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긴 것이 2013년, 단편 「어두운 범람」이다. 단편집 『어두운 범람』은 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한 「어두운 범람」을 포함, 총 다섯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사형수에게 팬레터를 보낸 여성이 실은 5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는 내용의 「어두운 범람」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에 미스터리에 걸맞은 사건성과 그에 상응하는 해결을 선사한다. 더불어 수수께끼가 해결된 후 찾아드는 또 하나의 공포는 역시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작품에서 사용된 장치는 굉장히 초보적인 것이라는 사실이 의외로 다가오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심사 위원들은 「어두운 범람」이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며 “이 작품이야말로 추리작가협회상에 기대하던 플러스 알파”, “심사 위원임을 잊고 즐기고 말았다”고 평했다. 「어두운 범람」에는 도시의 게릴라 호우, 노인 간호 문제, 묻지 마 살인, 옥중 결혼 등 요즘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키워드가 담겨 있고 안정감도 뛰어나다. 와카타케 작가 특유의 ‘일상에 숨어든 악의’도 잘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도 읽은 후 제목의 의미가 이중의 의미로 가슴에 와닿는 것이 내가 바라는 미스터리 단편의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_온다 리쿠(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심사평) 와카타케 나나미의 특징이 무엇보다 잘 드러난 작품장편을 잘 쓰는 작가는 찾기 어렵지 않지만, 단편을 잘 쓰는 작가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만큼 적은 분량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선 사건성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논리적으로 해결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한 줌도 되지 않는 소수의 미스터리 작가 중에 와카타케 나나미가 있다.일상에서 사건을 끄집어내는 데 능한 작가는 일상 미스터리는 가볍다는 세간의 편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추리작가협회상 심사 위원이었던 온다 리쿠도 심사평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상에 숨어든 악의”야말로 와카타케 나나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어두운 범람』도 예외가 아닌데, 의뢰인의 부탁으로 저주받은 저택을 방문했다가 ‘파리 남자’와 맞닥뜨리는 「파리 남자」, 사형수에게 온 팬레터를 계기로 5년 전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어두운 범람」, 특집 취재를 하며 실종된 편집장의 행방을 찾는 「행복한 집」, 유괴당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인질극 범인의 비밀을 그린 「광취」, 유가족의 의뢰로 죽은 도락가의 금고 열쇠를 찾는 「도락가의 비밀」 등, 하나같이 독특한 소재를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키워드는 모두 일상에 있으며, 사건은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악의에서 비롯된다. 유골을 찾기 위해 저주받기 싫은 자신 대신 탐정을 보내는 의뢰인이나, 겉으로는 쿨하게 협조하지만 속내는 음흉한 외주 기자, 엄격한 기준을 내세워 학대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녀 등 등장인물 역시 우리 주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사소하고 작은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을 읽으면 어쩐지 뒷맛이 씁쓸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을 위한 소소한 즐거움첫 번째 단편 「파리 남자」와 마지막 단편 「도락가의 비밀」에서는 ‘하무라’ 시리즈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를 만날 수 있다. 하무라 아키라는 이번 작품에서도 갖은 활약(이라고 쓰고 고생이라고 읽는)을 다한다. 떠밀려 지하실에 떨어져 구토를 하는가 하면, 고케시 인형이 머리 위로 쏟아져 전신에 타박상을 입기도 한다.「도락가의 비밀」에서는 하세가와 탐정의 은퇴로 이십 년 동안 일해온 하세가와 탐정 사무실을 나와 백수가 된 하무라가 우연히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게 되고 그 인연으로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이 ‘살인곰 책방 MURDER BEAR BOOKSHOP’이라는 서점은 실제로 기치조지에 있던 ‘TRICK+TRAP’이라는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 서점을 무대로 쓴 작품을 자비 출판하여 그 서점 한정으로 판매했었는데, 그 설정을 살려 쓴 속편이 바로 「도락가의 비밀」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길 수 있지만, 알면 재미가 배가 되는 소소한 정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스터리 단편에는 세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원고지 50매에서 70매 정도의 길이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의 반전, 독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하지만 인상적인 복선, 그리고 세상이 뒤집힐 만큼 강렬한 마무리.”(와카타케 나나미) 『어두운 범람』의 모든 단편은 로알드 달풍의 ‘기묘한 이야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야기 그 자체의 재미까지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 역시 훌륭하다. 작가는 이상적인 미스터리 단편의 조건으로 두 번 이상의 반전, 그리고 복선, 강렬한 마무리를 들고 있다. 놀랍게도 『어두운 범람』의 단편들은 이런 작가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다.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이상을 모두 충족시키는 미스터리 단편은 아직 쓰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건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 이미 그녀는 『어두운 범람』으로 최고의 미스터리 단편집을 완성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