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기획 기사 3월은 많은 이들에게 입학 또는 새 학기를 의미하는 시기다. 길고 추웠던 겨울방학이 끝난 뒤의 이 새로운 출발선은 초등생부터 대학원생까지,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여타의 교직원들에게도 바쁘고 설레는 일상의 재시작일 것이다. 3월의 학교라는 특정한 시공간이 안겨주는 팽팽한 불안과 긴장감, 흥분의 상태가 미스터리 장르와 만났을 때라면 어떨까? 그 조밀한 감정의 높낮이는 더욱 극단적으로 바뀔 것이다. 학교는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정해진 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고 앉은 채 집중하는 법과, 지금까지는 나와 아무런 접점이 없던 수많은 타인들과 교우관계를 맺는 법을 가르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통과 기쁨을 어른스럽게 감추거나 긍정적으로 윤색하는 과정 또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학습해야 한다. 갈등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타인과 협력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기도 한 학교에서 어떤 범죄가 터진다면, 구성원들은 지금껏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배워온 그 태도와 가치관을 발휘하며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게 될 것이다. 《미스테리아》 40호는 새학기의 봄을 맞아 그 관계자들을 찾아나섰다. 도러시 세이어스부터 도나 타트까지, 또는 기시 유스케부터 박지리에 이르기까지 학교를 배경으로 흘린 무수한 핏자국과 감춰진 비밀들을 다룬 작품들을 탐색한다. 연재 기획 기사 코너에서 정은지 작가는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로건 맥레이’ 시리즈를 통해 스코틀랜드 인의 식욕의 중심을 차지한 ‘튀긴’ 음식들의 의미를 살핀다. 한국인들이 비 오는 날 부침개를 떠올리듯 스코틀랜드인들은 비가 오면 ‘피시 앤드 칩스’ 가게 앞에 줄을 선다고 한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조선 시대 형법 판례집이자 법의학 사례집인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소개된 박소사 살인 사건을 고찰하며 현재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한다.(‘NONFICTION’) 이은의 변호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돌이켜보며 학교폭력의 문제를 제대로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힘주어 말한다.(‘OBJECTION’) 곽재식 작가는 옛 조선인들의 호기심과 경외심을 자아냈던 금속 ‘풍마동’이 사용된 한국의 어느 유명한 탑에 얽힌 도난 사건을 소개한다.(‘PULP’)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샤센도 유키의 『낙원은 탐정의 부재』, 앤지 김의 『미라클 크리크』,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 리처드 오스먼의 『목요일 살인 클럽』, S.A. 코스비의 『검은 황무지』 등을 다뤘다. 소설 벨기에 작가 조르주 심농은 매그레 반장이 등장하지 않는 다수의 하드보일드 누아르 역시 집필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중편 「수첩 속 일곱 개의 작은 십자가」도 여기 속하는 작품인데, 그래도 비정한 고뇌와 환멸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쪽에 가까운 결말이 기다린다. 모두가 흥청망청 즐기는 크리스마스, 거리 곳곳에 경찰이 설치한 긴급 전화의 유리가 차례로 깨지면서 기나긴 추격전이 시작된다. 코넬 울리치의 단편 「분명 살인이 일어난 거야」는 다리의 깁스 때문에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주인공이 건너편 집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목격하면서 시작되는 스릴러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1954년 걸작 <이창>이 이 단편을 원작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