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코넬 울리치의 단편 「죽음에 대해 말해봐」는 장편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의 원작 격인 작품이다. 백만장자는 특정 날에 특정한 방식으로 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죽음의 공포에 짓눌린다. 오컬트 미스터리의 진수를 만끽하게 하는 설정, 마지막 순간까지 이것이 인간의 계략인지 혹은 인간의 힘으로 막지 못할 운명의 힘인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두려움이 독자를 사로잡을 것이다. 유려한 문체와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후세의 판타지와 호러, SF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가 로드 던세이니의 작품 중 ‘린리와 스미더스’ 단편 시리즈는 준수한 미스터리로도 주목받았다. 그중「렐리쉬 두 병」은 「두 병의 양념」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데, 끔찍한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유머러스한 너스레로 일관하는 스타일이 오히려 마지막 순간의 공포를 배가시킨다. 마지막의 ‘그 문장’이 안겨주는 충격은 여전히 유효하다. 에드 맥베인의 단편 「엄마가 산타클로스를 죽이는 걸 봤어요」는 뉴욕의 미스터리 전문 서점 ‘미스테리어스 북숍’을 배경으로 한 여러 작가들의 시리즈 중 한 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점으로 뛰어들어 “산타클로스가 죽었어요”라고 되풀이하는 어린 아이의 충격적인 고백을, 노래 를 들으며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기획기사 《미스테리아》 10호에서는 2016년 출간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결산과 함께 오컬트 미스터리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먼저 알라딘, 예스24, 인터넷 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 등 주요 온라인 서점 네 곳으로부터 2016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목록을 받아 한국 독자들의 보편적인 취향을 확인하였고, 작가와 번역가 등을 포함한 《미스테리아》의 주요 필진 19명에게 올해 출간작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3권을 물어 그 명단도 아울러 소개하였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명단과는 또 다른 ‘개인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숨어 있는 수작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 두 번째 특집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신비스럽고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둘러싼 믿음과 탐구를 다루는 오컬트는 사실 호러 소설에 더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것이 미스터리의 경계 안으로 들어선다면, 초자연적인 현상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격파하려는 인간의 탐구가 더 중심에 놓이게 된다. 19세기 말 추리소설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크게 융성했던 고딕 호러 소설의 영향 아래서 꾸준히 그 맥을 이어온 오컬트 미스터리의 역사와 영미권과 일본에서 집필된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 오컬트라 할 수 있는 ‘사주’ 중에서도 ‘그림 사주’라 불리며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는 『당사주』의 (다소 낯선) 세계를 소개한다. 람작의 웹툰 『속죄캠프』를 평하는 ‘TOON’에선 이연숙 만화평론가가 ‘문란한’ 여성을 ‘심판’하겠다는 남성들의 복수극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망한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NONFICTION’에선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숨이 막혀 죽은 두 건의 사체를 통해 ‘사고’과 ‘살인’을 가르는 순간을 살펴본다. 소설가 곽재식의 ‘PULP’에선 1950년대 아비규환의 한국 사회 속에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과학을 통한 위대한 성공’을 꿈꿨던 이의 기이한 인생역정을 소개한다. 번역가 홍한별은 ‘MIRROR’에서 추리소설 초창기에 활약했다가 지금은 잊힌 여성 탐정들과, 실존했던 여성 경찰 사이의 유비관계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작가이자 번역가 정은지의 ‘CULINARY’에선 미야베 미유키의 『맏물 이야기』를 경유하여 에도 시대 음식 문화를 들여다본다.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MISSING LINK’에선 천정환의 『자살론』과 함께 ‘자살’이 말해지고 해석되는 방식을 더듬는다. 신간 중에선 『악마의 산』, 『S.T.E.P.』, 『사이드 트랙』, 『밑바닥』, 『복수는 나의 것』 등을 선정하여 서평을 게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