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아직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영국의 미스터리 작가 레지널드 힐의 단편 「앤드루 디엘의 유령」은 미스터리와 유머의 결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도둑을 잡으려다 유령을 만나는 것 아닌가 싶어 불안에 떠는 형사 짝패의 다채로운 농담과 귀여운 고양이의 깜짝 등장까지, 레지널드 힐의 대표작인 ‘앤드루 디엘과 피터 패스코’ 시리즈를 처음 소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단편이다. 서미애의 「장미 정원의 가족사진」은 비밀을 간직한 간병인과 나이든 환자 사이의 기이한 우정을 다룬다. 안락사와 범죄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거니는 그녀들의 비밀스러운 연대는 의외의 결과를 불러온다. 마지막으로 코넬 울리치의 초기 단편 「죽음의 무도」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에 유행했던 ‘마라톤 댄스’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다. 울리치의 작품치고는 드물게 유머러스하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역시 비애 넘치는 공포로 마무리되는 인상적인 단편이다. 기획기사 SNS가 등장한 이래 인터넷을 점령해버린 반려동물 고양이를 조망하는 특집을 준비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하시는 독자들이라면 고양이를 실제로 키우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남의 집 고양이’ 한 마리쯤은 다 있지 않을까? 미국 내 미스터리 시장에서만 수백만 달러의 판매고를 올리는 동물 미스터리에서도 당연히 압도적으로 개와 고양이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이번엔 그중 고양이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미스터리들을 선별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에드거 앨런 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아카가와 지로, 니키 에쓰코, 스티븐 킹, 얼 스탠리 가드너 등의 고양이 미스터리를 통해, 미스터리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두 번째 특집으로는 21세기 좀비 스릴러의 현황을 살펴본다. 서면 인터뷰에 응한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언데드 다루는 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듯, 21세기의 좀비는 사회적 약자 계층을 대변하는 존재거나 혹은 인간이 예전처럼 쉽게 경멸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위협, 실질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다수의 대중문화 연구자들은 강력한 변종들을 낳고 있는 각종 전염병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이동과 유행, 제3세계인들의 불법/합법 이민의 급증, 혹은 외부인으로서는 도저히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열정과 신념으로 감행하는 자살 테러의 급증이 좀비의 습성에 대한 관심을 급속도로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이런 좀비 스릴러의 열망이 ‘헬조선’이라는 냉소적 명칭으로 불리는 한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더불어 지난 3월 21일 사망한 영국의 미스터리 작가 콜린 덱스터에 대한 부고 특집도 마련하였다. ‘모스 경감’ 시리즈로 영국 현대 미스터리 소설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 뛰어난 작가의 작품이 더 많이 한국에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을, 한발 나아가 아직 한국에 채 소개되지 못한 20세기의 근사한 미스터리 소설들이 부지런히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고정 연재 코너에도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골라볼 수 있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다다미 마루 밑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신이라는 충격적인 도입부로부터 1950년대 한국사회의 부패상이 촘촘하게 펼쳐지는 곽재식 작가의 ‘PULP’, 신데렐라와 아메리칸 드림의 결합이 얼마나 끔찍한 악몽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 추적하는 홍한별 번역가의 ‘MIRROR’, 루스 렌들의 『활자 잔혹극』과 초콜릿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짚은 정은지 작가의 ‘CULINARY’, 기나긴 불황의 시대에 늘어나는 촉탁살인의 경우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달하는 법의학자 유성호의 ‘NONFICTION’, 인류학자 권헌익의 시선을 경유하여 베트남의 마을에 거주하는 유령의 컨텍스트를 분석한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의 'MISSING LINK'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연숙 만화평론가의 비평 ‘TOON'에서는 ’여자들끼리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단숨에 부숴버리는 청건 작가의 『여자친구』를 다루며, 그 외에도 『로스트』.『데프 보이스』, 『프리즘』 등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