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로스 맥도널드의 「사라진 여인」은 그가 썼던 장편 대표작들과 맥을 함께 하는 작품이다. 친부모의 타락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가 또 다른 ‘나쁜’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위협을 당하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뤄질 수 없는 소망과 혐오스런 욕망의 파국을 지켜보는 탐정 루 아처는 비통한 심경을 금치 못한다. 사료 고증에 의거한 꼼꼼한 역사적 디테일과 장르 소설의 결합을 추구하는 차무진의 「비형도」는, 『삼국유사』 속 인물들이 현대 버전으로 등장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의 호러 스릴러다. 언제나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 피터 러브시의 「오이스터 브라운이 저지른 범죄」는 수상쩍은 자매와 오로지 선의 때문에 그들의 뒤를 캐는 드러그스토어 주인이 벌이는 신경전을 그린다. 곳곳에서 신경질적인 웃음과 함께 “제발 그러지 마!”라는 비명이 터져나오는 독서 경험을 만끽할 수 수 있을 것이다. 기획기사 《미스테리아》 13호는 창간 2주년을 맞아 풍성한 특집을 준비하였다. 먼저 1930년대의 ‘모던 경성’에 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개한다. 그동안 수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이 ‘근대의 시작’으로서의 경성을 점점 더 화려하게, 혹은 점점 더 뜨거운 민족주의로 그려내는 과정은, 시각적 스펙터클로나 정치적 혼란기로나 여러 측면에서 후대인들에게 호기심과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 시대에 관련된 연구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굴 및 연구 중이므로, 우리의 근대 역시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거쳐 1930년대를 바라본다면 또 어떤 모습을 드러낼까? 차혜영, 권은, 유인혁, 김주리, 김정화, 정혜영, 편용우 등 일곱 명의 연구자들이 기술하는 1930년대 ‘범죄도시’ 경성의 모습은 그야말로 현재의 거울상처럼 낯익거나 혹은 거꾸로 매우 낯설다. 김내성, 염상섭, 박태원, 김동인, 채만식 등 동시대 작가들의 텍스트에서 길어낸 범죄와 음모와 고통스런 사회상의 면면은, 혹은 잡지 《별건곤》이 소개하는 경성의 ‘마굴’들의 다채로운 구획선들은, 혹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화가 정현웅의 놀라운 이미지들은 우리의 근대를 새롭게 살펴보게끔 돕는다. 그 다음 준비한 특집은 ‘가상의 표지’를 둘러싼 상상의 폭과 너비를 펼쳐 보인다.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 여덟 명에게, 당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미스터리 소설의 표지를 새롭게, 그 어떤 제한 없이 마음껏 취향을 발휘하여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이 각각 선택한 미스터리는 역사적 의미와 대중적 성공 양쪽에서 한 획을 그었던 작품들로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이야기와 이미지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상을 거쳐 새롭게 제작된 표지는, ‘아직까지 세상에 없던 책’을 간절히 원하게 만든다. 이번 ‘MYSTERY PEOPLE'의 주인공은 영화 <불한당>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한국 조폭 영화들은 만들어진 액션, 코미디, 누아르 등의 외피를 바꿔가며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연대와 남성성에 대한 지극히 낭만화된 판타지를 ‘리얼하게’ 전시해왔다. 하지만 <불한당>의 경우 그런 리얼리티의 강박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언더커버 누아르라는 장르에 남성들의 멜로드라마를 결합시킴으로써 흥미로운 장르적 변주를 더했다. 그에게 <불한당>에 관해 궁금한 많은 것들을 질문했다. 고정 연재 코너에도 언제나처럼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미스터리 거장 안드레아 카밀레리가 마련한 어마어마한 성찬에 군침 흘리는 한편 시칠리아의 부패상에 압도당한 적 있는 독자라면 정은지 작가의 ‘CULINARY’를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것이다. ‘제2의 가정’이라 불리는 직장 내 폭력과 혐오의 증가를 우려하는 법의학자 유성호의 ‘NONFICTION’, 반 농담 식으로 출간된 ‘살인 매뉴얼’로부터 출발한 실제 살인 사건을 통해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은밀한 죄책감을 짚어내는 홍한별 번역가의 ‘MIRROR’는 읽는 내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곽재식 작가의 ‘PULP’는 한강변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체로부터 시작된 수사의 우왕좌왕 난맥상과 놀라운 반전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고리키 파크』,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저체온증』, 『하늘을 나는 말』, 『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등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