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시앗」은 2017년 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에서 단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신인 작가 김지우의 작품이다. 멀지 않은 과거,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 부도덕한 남편 때문에 고통 받는 아내와, 남편이 자기 아이를 임신했다며 데려온 젊은 여인 사이에는 숨 막히는 긴장이 맴돈다. 영미권에 이어 한국 미스터리 출판계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정 스릴러(domestic thriller)의 맥을 잇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송시우의 단편 「선녀는 무죄」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선녀와 나무꾼’ 설화가 피투성이 살해담으로 뒤바뀐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언뜻 범인이 명백해 보였던 나무꾼 살인 사건의 이면이 재판 공방을 통해 차례차례 드러난다. 곽재식의 「천사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내려오다」는 1940년대 황량한 서울을 배경으로 한 무명의 탐정 연작의 최신 작품이다. 탐정은 보궐선거를 둘러싼 납치 사건의 사전 차단을 의뢰받는다. 다른 때보다 훨씬 ‘가벼운’ 의뢰를 선뜻 수락한 탐정은, 그러나 기이한 한밤의 추격으로 시작하여 온갖 수난을 겪게 된다. 기획기사 2017년에는 어떤 미스터리 소설이 사랑받았을까? 《미스테리아》는 올 한해 4대 온라인 서점에서 제일 많이 팔린, 그리고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미스터리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했다. 새로운 이름보다는 익숙한 이름이 더 많은 명단이지만, 한국의 미스터리/스릴러의 평균적인 독자들이 이 장르에서 어떤 재미를 기대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작가와 칼럼니스트, 번역자, 편집자 등 미스터리 애호가 스물다섯 명이 강력 추천한 작품들의 명단과, 《미스테리아》의 열혈 독자들이 꼽은 명단은 위의 판매 및 대출 명단과 또 어떻게 다른 결을 드러내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서점 알라딘으로부터 받은 미스터리/스릴러 마니아들에 관련된 흥미로운 랭킹을 독점 공개한다. 두 번째 특집의 주제는 ‘떠돌아다니는 말’이다. 슬로건, 동요, 민담, 전래 동화, 유언비어, 도시 전설, 거짓말이 두고두고 우리의 귓가에 맴돌며 수십 년 전과 비슷한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킬 때, 그리고 그것이 미스터리 소설 속으로 스며들 때, 이성적인 추리와 환상적인 공포 사이 어딘가로 우리를 이끌 때, 그 말의 힘이 우리를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주문으로부터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다소 추상적인 질문에 시작하여 그런 말들의 힘의 정체와 그것이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어떤 생명력을 띠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서 주로 불려나오는 이름은 스티븐 킹과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동요 ‘머더구스’다. 이번 호부터 ‘NONFICTION’에 새로운 필자가 합류한다. 유성호 법의학자와 함께 이주현 프로파일러가 실제 사건들의 이면에 얽힌 디테일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친절하게 해설할 예정이다. 이번 코너에서는 단 한 번의 충격으로도 쉽게 파괴될 수 있는 인간의 육신에 대한 고찰과 함께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진술’에서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을 살펴본다. 정은지 작가의 ‘CULINARY’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던 애거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기호를 맘껏 풀어놓았던 작품 『버트럼 호텔에서』를 통해 ‘영국의 맛’을 탐구한다. 홍한별 번역가의 ‘MIRROR’는 잭 더 리퍼 이후 영국 미스터리 작가들을 가장 오래도록 사로잡았던 ‘줄리아 월리스 살인 사건’과 P.D. 제임스의 추리를 함께 소개한다. 한국 문학 속 미스터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보는 코너 ‘MISSING LINK’에서는 박태원이 1930년대 조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이비 종교 백백교에 관해 썼던 ‘실화 소설’ 《금은탑》을 분석하며 이 작품이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의 심리를 어떤 식으로 굴절시켜 보여주는가를 살핀다. 이번 호부터 새로 시작하는 ‘SUMMARY’는 한 명의 탐정, 한 권의 책, 혹은 하나의 사건 등을 통해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코너로서, 첫 회에서는 ‘최초의 탐정’으로 오이디푸스 왕을 꼽았다.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전쟁터의 요리사들』, 샤론 볼턴의 『희생양의 섬』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