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손님이 주인을 내쫓다」는 《미스테리아》에 꾸준히 게재했던 곽재식의 ‘무명 탐정’ 시리즈 신작이다. 묫자리를 훼손하고 새 집을 지은 부부에게 불행한 연쇄 죽음이 닥쳤고, 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집 거주자들에게 저주가 유효하게 실행된다면? 코넬 울리치의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를 연상시키는 저주와 살인 사이의 줄타기가 갇힌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 사이에서 교묘하게 펼쳐진다. 스티븐 킹의 단편 「돌런의 캐딜락」은 ‘복수는 차갑게 식혀서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는 격언대로 흘러간다. 아내를 죽인 악당 돌런에게 ‘완벽한’ 복수를 하고자 하는 평범한 교사의 계획이, 그 지독한 집념과 행위의 서술이 독자들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기획기사 ‘집’으로 대표되는 건축물은 나와 위험한 바깥을 분리시켜주는 안전한 차단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적인 위험이 이미 그 안에 몰래 침입해 들어왔거나, 더 나아가 건축물 자체가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하는 순간이 존재한다. 《미스테리아》 22호에서는 그런 종류의 두려움이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에 스며들어간 미스터리 작품들을 몇 가지 골라보았다. 집 자체가 위험한 밀실이자 미로로 돌변할 때, 많은 이들의 눈앞에서 폭파되어 사라진 유명한 건축물이 ‘민족’의 비극과 정념을 흡수할 때, 미궁의 도서관이 죽음의 비밀마저 품었을 때, 고저택이 인간의 광기와 결합할 때, 고층 아파트가 인간의 욕망까지 드높게 부추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가. 건축가, 큐레이터 등이 참여한 이번 특집에선 그렇게 건축물을 아예 하나의 캐릭터처럼 들여다보며 건축과 범죄 소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또한 새해를 맞아 2018년에 가장 많이 팔린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서점별 명단과 함께 《미스테리아》 독자들이 선정한 2018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미스터리/스릴러 명단을 소개한다. 수년 째 이 명단의 상위권을 든든하게 유지하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에 대한 심층 분석도 게재한다. ‘히가시노 불패’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해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중적 호소력에 대한 분석이 한국의 미스터리계에도 작은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지난 해 네 번째 작품 『검은 개가 온다』를 펴낸 미스터리 작가 송시우의 인터뷰도 소개한다. 한국의 어두운 현실 곳곳을 가감없이 담아내려 노력하는 성실한 창작 태도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전문적이고 개성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각 필자들의 연재 기획은 언제나처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관점에서 미스터리 장르와 실제 범죄를 흥미롭게 살핀다. 영화감독이자 평론가 정성일은 조너선 에임스의 소설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 린 램지의 동명 영화 사이의 ‘다시 쓰기’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유성호 법의학자는 한국 최초의 니코틴 살인 사건을, 이주현 프로파일러는 성범죄로 두 번 면담했던 유일한 케이스의 가해자를 돌이켜본다.(‘NONFICTION’). 정은지 작가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을 통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미스터리의 성립 요건과 사건 해결 열쇠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음식을 소개한다.(‘CULINARY’). 한국 미스터리의 ‘잃어버린 고리’를 엮어내는 기획에서는 문학평론가 윤경희가 구병모 작가의 『파과』, 『단 하나의 문장』,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등으로부터 모멸과 혐오의 촘촘한 일상화를 읽어내고 또한 그로부터의 윤리적인 탈출을 모색하는 의지를 끄집어낸다.(‘MISSING LINK’) 소설 한 권 혹은 탐정 한 명, 작가 한 명을 통해 범죄소설의 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는 코너에선 19세기 파리 뒷골목의 생생한 범죄 세계를 담아내었던 외젠 쉬의 『파리의 미스터리』를 살펴본다. (‘SUMMARY’)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메건 애벗의 『이제 나를 알게 될 거야』, 조이스 캐롤 오츠의 『흉가』, 듀나의 『민트의 세계』,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