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 수상작 세 편이 실린다. 김묘원의 「고양이의 제단」은 중학교에서 벌어진 흉흉한 사건과 소문의 내막을 파헤치는 소녀들의 활기찬 추리가 인상적이다. 깔끔하고 다정한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의 시작을 기대하게 한다. 한새마의 「죽은 엄마」는 끔찍하게 살해당한 노인 사건을 조사하는 강력계 형사들의 끈질긴 노력을 하드보일드하게 끌고 간다. 언니의 때이른 죽음의 기억에 사로잡힌 주인공 형사와, 단편 제목이 암시하는 뜨거운 모성애가 맞물리며 강렬한 결말로 이어진다. 박태훈의 「자율주행 시대의 사고조사원」은 자율주행차가 완벽하게 자리잡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불필요한’ 직업일 것 같은 사고조사원과 그의 AI 상사 사이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정교하게 풀어낸다. ‘안락의자 탐정’의 새로운 버전으로 등장하는 AI의 존재가 흥미진진하다. 헨닝 망켈의 중편 「피라미드」 마지막 화도 게재된다. 어느덧 사십 대에 접어든 발란데르는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밀수 사건과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맞닥뜨리고, 물리적/도덕적 경계선이 빠르게 무너지는 현대 스웨덴의 변화 앞에서 점점 ‘구닥다리’가 되어가는 자신을 절감한다. 기획 기사 이번 호 특집은 미술품과 관련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들을 집중 조명한다. 수많은 미스터리가 미술품을 중요한 소재로 삼았던 데에는, 그림 한 폭에 담긴 겹겹의 수수께끼들이 더 많이 알고 더 꼼꼼한 관찰력을 가진 사람(탐정)에게 더 많은 증거와 데이터를 약속한다는 점에서 ‘추리’라는 행위와 아주 가까운 정신적 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특집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살펴보면, 반 고흐, 티치아노, 피테르 브뤼헬, 도슈사이 샤라쿠 등의 유명 작품을 통해 위작부터 절도, 작가의 침묵 혹은 거짓말이라는 범죄 대소동이 가능해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19년 말 한국을 찾아온 대만추리작가협회 측과 만나, 대만의 미스터리 출판 역사와 현재의 상황에 대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상호이해와 앞으로의 적극적인 교류를 약속한 뜻 깊은 자리였다. 2019년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스터리/스릴러 명단과 함께 2020년 상반기 해외 기대작들의 출간 소식 모음도 소개한다. 2010년대가 저물고 새로운 10년이 열리는 즈음, 미스터리 독자들의 성향과 작가들의 비전이 어떻게 진화할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의 장편/단편/평론 부문 수상작들도 게재된다. 연재 기획 기사들 역시 언제나처럼 풍성하게 마련되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데이비드 린치와 앨프리드 히치콕에게 열렬한 애정을 바치는 희한한 블랙 코미디이자 미성숙한 악몽 같은,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를 살핀다.(‘SESSION’) 유성호 법의학자는 독에 의한 죽음 몇 가지를 설명하며 부검이 좀더 꼼꼼하게 진행되어야 할 이유를 역설한다. 이주현 프로파일러는 충격적인 아동 총기 살해 사건을 돌이켜보며, 끝까지 진심으로 죄를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범인을 분석했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다.(‘NONFICTION’) 정은지 작가는 LA를 대표하는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보슈’ 시리즈를 따라가며 도시의 긴 역사와 함께한 음식점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CULINARY’) 홍한별 번역가는 1920년대 미국의 두 유명 인사, J.B. 엘웰과 S.S. 밴 다인의 교차된 삶을 동시에 살피며, 여러모로 ‘황금기’의 몰락에 관한 긴 여운을 남긴다.(‘MIRROR’) 곽재식 작가는 1960년대의 대담한 ‘경찰 사칭’ 사기 범죄를 소개하며, ‘사기 공화국’으로까지 불리게 된 대한민국의 현재와 과거를 들여다본다.(‘PULP’)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마이 셰발·페르 발뢰의 『어느 끔찍한 남자』,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의 『늑대의 왕』, 찬호께이의 『염소가 웃는 순간』, 리안 모리아티의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박현주의 『서칭 포 허니맨』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