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소설 아내가 살해당한 뒤 에어컨 냉기를 견디지 못하게 된 남편에게 ‘이름 없는 동지’가 편지를 보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타이완의 작가 미스터 펫은 제1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뒤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 『S.T.E.P 스텝』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면서 정교한 트릭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본격추리물의 선두 주자로 눈도장을 찍었다. 엘릭시르에서 곧 출간될 그의 단편집 『범죄의 붉은 실』의 수록작 「얼어붙은 여름」을 《미스테리아》 독자들에게 먼저 공개한다. 2017년 제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자인 박하루의 신작 단편 「하나, 둘, 셋, 넷」에서는 괴담 같기도 하고 확실한 근거로 풀어갈 수 있는 수수께끼 같기도 한 기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가명으로 수많은 고딕풍 선정소설과 스릴러를 발표했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졌다. 페미니즘과 노예해방문제 등에 깊이 영향받은 올컷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이 장르에서 놀랍게 만개했다. 남녀 관계와 결혼 제도에서 섹슈얼리티와 권력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에드거 앨런 포 풍의 고딕 장르로 풀어낸 단편 「한 쌍의 눈 혹은 현대의 마법」을 소개한다. 기획 기사 이번 호 특집은 인신공양과 희생양에 대해 살펴본다. 수백 년 전에만 벌어졌던 일이 아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세계 곳곳에서 인신공양이라는 악습이 발생한다. 누군가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타인을 ‘제물’로 희생시키는 행위는 일반적인 범죄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잘못된 신념과 함께 인간을 철저하게 물화시키는 냉혹한 논리가 동기로 작동하는 범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에 대한 숙고는 어떻게 우리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배척하고 희생시키는 ‘희생양’의 닫힌 구조 안으로 자진하여 들어가는가, 라는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한국의 심청과 성덕대왕신종부터, 혹은 영국의 위커맨과 인도의 칼리 여신과 미국의 ‘제비뽑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살펴봄으로써, 인신공양과 희생양의 충격적인 결론으로부터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두 번째 특집으로는 4월 15일에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드라마틱한 한국 정치사에서 희비극적인 정점을 찍었던 선거의 몇몇 장면을 소개한다. ‘승자독식’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정치 현실에서 한번 움켜쥔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표를 조작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겁박하고, ‘그들만의 큰 그림’을 그리며 폭력과 협잡과 수상쩍은 유착을 동원했던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한국 영화와 드라마계에서 정치-누아르-드라마를 유달리 사랑했던 이유도 알 것 같다. 전문 필자들이 참여한 연재 기획 기사들 역시 풍성하게 준비됐다. 유성호 법의학자는 교통사고로 분류된 시신의 부검이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찬찬히 설명한다.(‘NONFICTION’) 정은지 작가는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를 통해 일본 에도 시대에 열풍이 불기 시작한 각종 과자와 그 안의 위계질서에 대해 흥미진진한 분석을 시도한다.(‘CULINARY’) 홍한별 번역가는20세기 초 영국을 뒤흔들었던 치정 살인 사건의 주인공 이디스 톰슨과 프레디 바이워터스를 소환하여, 낭만적 연애의 탐닉이 ‘죄’가 되어버렸던 비극의 전모를 해설한다.(‘MIRROR’) 곽재식 작가는 1960년대 기승을 부렸던 도굴꾼의 행각과 국보 제138호로 지정된 가야 금관의 비밀을 소개한다.(‘PULP’) 전혜진 평론가는 염상섭의 『삼대』가 당대의 사법체계와 욕망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범죄 소설로 읽힐 수 있는가를 흥미롭게 분석한다.(‘MISSING LINK’) 범죄소설의 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는 ‘SUMMARY’ 코너에서는 윌키 콜린스의 스릴 넘치는 범죄-멜로드라마 『월장석』을 살핀다. ‘SCREENSELLER’ 코너에서는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김용훈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차이와 계승 지점을 짚어본다. 1793년의 스웨덴의 피에 물든 역사를 다룬 범죄소설 『늑대의 왕』의 작가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와의 서면 인터뷰도 마련됐다.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마가파이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 루 버니의 『노벰버 로드』,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과 열쇠의 계절』, 퍼트리샤 윌트셔의 『꽃은 알고 있다』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