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기획 기사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맞아, 이번 호의 특집은 감염병과 방역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처음으로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한정짓지 않고, 종말문학을 포함한 SF, 판타지, 호러, 순문학, 논픽션 등을 아우르며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 절망과 희망의 상상력을 살펴본다. 알베르 카뮈와 스티븐 킹, 정유정과 필립 로스, 소포클레스와 브램 스토커가 나란히 배치되며 각 시대의 작가들이 감염병이라는 비극 앞에 품었던 고뇌와 용기, 두려움과 희망이 어떻게 비슷했고 또 달랐는가를 읽다보면, 2020년 상반기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낯선 공포를 좀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의지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여러 감염병에 대한 실제적 기록과 픽션의 상상력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고자 노력한 《미스테리아》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속 자가격리처럼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특별한 백일야화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문 필자들이 참여한 연재 기획 기사들 역시 풍성하게 준비됐다. 영화감독이자 평론가 정성일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제시하는 질문을 낯설게 돌이켜보며 ‘이미 감염된 자’와 ‘아직 감염되지 않은 자’ 사이의 투쟁이 의미하는 바를 연달아 질문한다.(‘SESSION’) 홍한별 번역가는 할리우드의 스타 진 티어니가 경험한 비극과 애거사 크리스티의 『깨어진 거울』을 비교하면서 감염병 시대의 경솔한 호의에 대해 경고한다.(‘MIRROR’) 유성호 법의학자는 법의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간접증거의 뒷받침이라는 어려운 작업을 소개한다.(‘NONFICTION’) 정은지 작가는 이나미 이쓰라의 ‘사냥개 탐정’ 시리즈에서 ‘일본의 필립 말로’로 언급됐던 류몬 다쿠의 식생활을 꼼꼼하게 따져보며 미국식 하드보일드의 식생활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한다.(‘CULINARY’) 범죄소설의 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는 ‘SUMMARY’ 코너에서는 미스터리 장르의 역사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운 유일한 아이콘, 셜록 홈스의 특징을 짚어본다.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이언 랜킨의 『블랙 앤 블루』, 데이비드 피스의 『1974』와 『1977』, A.S.A 해리슨의 『조용한 아내』, 유메마쿠라 바쿠의 『신들의 봉우리』 등을 다뤘다. 소설 《미스테리아》에 꾸준히 게재되었던 곽재식 작가의 ‘무명 탐정’ 시리즈의 신작 「유령들이 잔치를 벌이다」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계속하는 수상쩍은 의뢰인과 무명 탐정의 기묘한 하룻밤을 천천히 따라간다. 허황된 야심의 쓸쓸한 이면을 엿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우페이의 「기사와 보낸 하룻밤」은 2019년 대만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라디오에서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청취자의 기묘한 사연을 따라, 빈부격차와 가치관의 격변으로 혼란스러운 현대 중국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빅토리아 시대의 제인 오스틴’으로 불리는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단편 「회색 여인」은 18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무시무시한 ‘푸른 수염’ 풍 이야기다. 순진무구했던 소녀가 원치 않는 결혼을 한 뒤 경험하는 자각과 은밀한 레즈비어니즘, 숨막히는 서스펜스는 가정 스릴러(domestic thriller)의 초기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