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기획 기사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난 2년 동안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반려식물과 홈트레이닝, 실내복, 가구, 인테리어 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 뉴노멀’로 불리는 ‘집콕’ 트렌드로 인해 인테리어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했다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기도 했다. 그래서 《미스테리아》는 지난 22호에서 한번 다뤘던 건축물과 미스터리 특집을 재차 준비하기로 했다. 외부의 위협(인간일 수도 있고 감염병을 옮기는 물질일 수도 있는)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공간 내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사고의 목록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1920년대 모던 도쿄의 휘황찬란한 건축물부터 1980년대 한국의 비좁은 다세대주택/다가구주택을 둘러싼 욕망, 애거사 크리스티가 거대한 인형의 집처럼 다뤘던 시골 대저택의 도면들, 각종 영화/드라마/소설에서 ‘사이코패스’의 집으로 제시되는 살풍경하게 청결하며 투명한 공간, ‘하룻밤의 집’이라 할 수 있을 호텔에서 발견된 핏자국 등 다양한 건축물이 우리의 생사를 어떻게 규정하며 또 우리의 비밀을 어떻게 손쉽게 누설하는지를 살펴보았다.두 번째 특집으로는 2021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명단을 게재하였다. 어떤 작가가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는지, 또 어떤 새로운 이름들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호명되었는지, 한국의 미스터리 소설의 최신 동향은 어떤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명단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발디마르 요한손의 영화 <램>을 통해 축복이자 악몽이자 저주처럼 찾아온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 세계와 바깥의 경계를 끌어낸다.(‘SESSION’) 정은지 작가는 유즈키 아사코의 『버터』에서 ‘버터’로 대표되는 관능과 욕망의 음식, ‘올리브유’로 대표되는 건강과 금욕의 음식을 살피며 오늘날의 ‘지방 독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이야기한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호텔 욕조에서 숨진 어린이의 부검 결과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을 끌어냈던 사건을 회상하며 감정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NONFICTION’) 이은의 변호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속 복제인간의 폭력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해설한다.(‘OBJECTION’) 곽재식 작가는 조선 시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둑 일지매와, 1960년 부산의 한 은행을 유유히 털었던 도둑 해당화의 공통점을 꼽아본다.(‘PULP’)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루이즈 페니의 『빛이 드는 법』, 아시자와 요의 『나의 신』,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디파 아나파라의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요 네스뵈의 『킹덤』, 김영미의 『환혼전』 등을 다뤘다. 소설 전건우의 「군대, 보초, 괴담」은 전역을 몇 시간 앞둔 병장과 예민한 이등병이 새벽 근무를 서던 중 맞닥뜨린 불길한 사건을 그린다. 익숙한 군대 괴담처럼 출발하다가 합리적인 추론을 압도하는 광기의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미스터리 소설 속 건축물’을 다루는 특집에 발맞춰 소개하는 해외 단편은 로런스 블록의 ‘버니 로덴바’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 「엘비스 집에 들어간 도둑」과 「한밤의 도둑처럼」이다. 어떤 복잡한 자물쇠나 방범 장치도 버니 로덴바를 막을 수 없다. 그는 침입하겠노라 마음먹은 공간 앞에서 결코 쩨쩨하게 굴지 않는다. 두 편의 단편을 통해 신사적인 도둑으로서의 버니 로덴바의 호쾌한 매력을 짧게나마 음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