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기획 기사 《미스테리아》 43호에서 준비한 특집 기획은 두 가지다. 먼저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으로 대표되는 미스터리의 초창기부터 핵심적인 설정으로 자리잡았던 ‘밀실’에 대해 살펴본다. 미스터리 애호가 10인으로부터 듣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에세이와 더불어, 고전적 밀실에 밀착된 익숙한 즐거움뿐 아니라 2022년의 우리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밀실의 현재진행형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했다. 타인과의 접촉과 공간의 공유에 대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감염병의 시대에 생각하는 ‘나의 잠긴 방’에 대한 에세이, 그리고 온라인 속 밀실의 이미지에 관련된 감각의 혼란과 괴담의 양산에 대한 에세이를 준비했다.두 번째 기획은 임신하는 여성을 둘러싼 ‘범죄적 상황’을 살펴본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부터 아이라 레빈의 『로즈메리의 아기』, 조앤 라모스의 『베이비 팜』 등을 경유하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임신과 임신 중지의 문제가 여전히 ‘범법’의 영역에 속해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연재 기사 코너에서 정성일 평론가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1997년 영화《큐어》를 다룬다. 이 영화가 1990년대 말 일본의 ‘상황들’과 어떻게 조응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서 공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한다.(‘SESSION’) 정은지 작가는 스티븐 킹의 ‘메르세데스 킬러’ 시리즈에 등장하는 탐정 홀리 기브니의 거식증이 호전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특정 행위 후에 사망이 초래되었을 때 절대로 기계적인 판단을 하지 말고 여러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점을 힘주어 당부한다.(‘NONFICTION’) 각각 제3회와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던 김묘원 작가와 현찬양 작가를 인터뷰 코너에서 만난다. 성장물과 일상 미스터리의 사랑스러운 조화를 보여주는 김묘원 작가의『고양이의 제단』과, 기담과 수수께끼가 뒤엉킨 조선 초기 궁궐의 어둠을 응시하는 현찬양 작가의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에 관한 작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MYSTERY PEOPLE’)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 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 제프리 디버의 『고독한 강』, 이종관의 『리볼브』, 듀나의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등을 골랐다. 소설 곽재식 작가의 신작 「마귀들의 울음소리로 음악회를 열다」에서, 무명 탐정 ‘나’는 1949년 사회 곳곳에 스며든 혼탁한 부정부패가 현대 예술과 교차하는 지점을 목도한다. ‘무명탐정’ 시리즈 특유의 웃기면서 씁쓸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하드보일드의 냉소적인 전통에 거침없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입담을 결부시켰던 작가 크레이그 라이스의 단편 「멀론, 살해당하다」는, 어느 노부인의 유언장에 얽힌 사건에 휘말린 변호사 멀론의 숨 가쁜 며칠을 다룬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에설 리나 화이트는 1930~1940년대에 걸쳐 영미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 소설 작가였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1938년 영화《숙녀 사라지다》의 원작자로 잘 알려졌으며, 용감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서스펜스 넘치는 심리 스릴러를 즐겨 썼다. 이번에 소개하는 단편 「치즈」는 살인범을 잡기 위한 미끼로 이용된 여성이 느끼는 숨 막히는 불안과 긴장감을 노련하게 전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