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클릭) 소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MAZE’ 코너의 연재물 <밀실입문>이 이번 호를 끝으로 완결된다. 황금기 미스터리의 중심축이었던 밀실 미스터리의 트릭과 구조, 의미에 대해 광범위한 분석을 펼쳤던 <밀실입문> 연재 완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다소 낯선 작가들의 밀실 미스터리를 두 편 실었다. 먼저 하드보일드와 펄프 픽션의 전성기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1973년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의 그랜드 마스터 상을 수상한 휴 펜테코스트의 「아이들이 사라진 날」이 있다. 하굣길 스쿨버스에 탄 아이들과 운전사, 버스까지 통째로 증발해버린 사건이 발생하고,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힌 학부모들이 운전사를 의심하고, 운전사의 늙은 아버지는 뭔가 아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딴소리를 늘어놓고……. 페이소스와 기이한 유머와 서늘한 감정대립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흥미진진한 단편이다. ‘미스터리 황금기’ 무렵 애거사 크리스티, 나이오 마시, 조지핀 테이, 도로시 L. 세이어스와 함께 대표적인 여성 미스터리 작가로 꼽히는 마저리 앨링엄의 단편 「경계선 사건」 역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밀실로 여겨졌던 죽음의 상황에서, ‘밀실이라 여겼던 선입견’의 허점을 예리하게 찾아내는 아마추어 탐정 앨버트 캠피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단편인 코넬 울리치의 「나의 죽음」은, 『죽은 자와의 결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즉각 호감을 느낄만한 작품이다. 지독하게 운 없는 남자가 자살을 결심했다가, 자신과 체형이 비슷하고 입은 옷까지 똑같은 시체를 발견한 뒤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물론 그 꿈은 쉽게 이뤄질 리 없다. 그 과정에서 총탄 세례와 협박과 비통함이 수북하게 쌓여간다는 예상도 물론 가능하다. 울리치 특유의 서스펜스와 한밤중 도심의 불길한 매력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기획기사 테러방지법안 반대 필리버스터와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연이어 찾아온 2016년 한국의 봄은 뜨거웠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권력을 잡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정련된 형태로서 조직된 정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묻게 되었다. 그리고 그 조직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는 당연히 미스터리 소설과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자주 다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열렬한 팬임을 자처했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소설과 드라마 양쪽에서 모두 꼼꼼하게 살피며 정치 미스터리/스릴러의 한계와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혹은, 1960년대를 맞아 전쟁의 기억을 잊고 활황을 기쁘게 맞이하던 일본이라는 국가의 흑막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마쓰모토 세이초를 통해 픽션만으로는 현실과 제대로 승부를 가릴 수 없겠다고 생각한 작가의 결단을 돌이켜본다. 대실 해밋, 제임스 엘로이, 제스 월터, 디온 메이어 등을 아우르는 정치 미스터리/스릴러 추천작 리스트와 함께, 한국에서 특히 빈약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 미스터리/스릴러의 한계도 점검한다. 고정 연재 코너 역시 언제나처럼 살뜰하게 마련되었다. 19세기 중반 뉴욕을 발칵 뒤집었던 ‘담배 가게 아가씨 메리 로저스 살인 사건’을 직접 해결하겠노라 나섰지만 예기치 않은 현실의 반전들로 인해 야심을 가라앉혀야만 했던 에드거 앨런 포(‘MIRROR’),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 일대 최대의 골칫거리였던 밀수품 해적단-그 중에는 여자 두목 ‘나니야’도 포함되어 있다-에 관한 흥미진진한 기록(‘PULP’), 한국의 고통스런 현대사를 블랙 유머와 진지한 통찰력으로 살펴보는 누아르 웹툰 『조국과 민족』(‘TOON’) 등이 소개된다. 추락사와 범죄 사이의 관련성을 법의학자가 어떻게 추적할 수 있는지 유성호 법의학자가 설명하고(‘NONFICTION’), 존 르 카레의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까지 아우르며 주인공 남성들의 패션이 갖는 의미를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이 분석한다.(‘한낮의 미스터리’) 신간 중에서는 『밤의 파수꾼』, 『블랙 랜드』 , 『심연』, 『쓰쿠모주쿠』,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등을 골라 서평을 수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