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클릭) 소설 《미스테리아》 7호에 소개된 세 편의 단편은 각각의 국적만큼이나 확연히 구별되는 개성을 선보인다. 『잘 자요, 엄마』『아린의 시선』 등으로 한국 미스터리의 저력을 과시했던 서미애 작가의 단편 「그녀의 취미 생활」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지만 동시에 내부 구성원에게 과도한 간섭과 억압을 가하는 작은 공동체를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서 착한 여자로 인정받고자 노력하던 주인공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때부터 차분하고 은밀하게 행동을 개시한다. 범죄 소설의 거장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 「유마 행 3시 10분」은 크리스천 베일과 러셀 크로의 영화 <3:10 투 유마>로 영상화된 원작이다. 악명 높은 범죄자 키드를 어떻게든 3시 10분 유마 행 열차에 태워야 하는 보안관 스캘런의 긴장감은 알 수 없게 여유만만한 키드의 농담과 그들이 머무는 숙소로 점점 다가오는 키드 패거리와 느닷없이 끼어든 복수의 불청객으로 인해 계속 높아져만 간다. 독자 역시 째깍째깍 움직이는 분침과 초침에 스캘런만큼이나 견딜 수 없는 초조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단편 「하마다 청년 정말임꽈」 는 괴상한 제목만큼이나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온갖 불가능 범죄가 넘쳐나는 가마쿠라 시에 위치한 상담소에서, 어떤 종류의 상담이든 성심껏 프로답게 임하는 이나가키 씨와 다소 어리바리한 청년 하마다가 만난다. 처음엔 우호적인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는 것 같던 둘 사이의 관계에 어느 순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작은 반전들이 튕겨 나온다. 기획기사 《미스테리아》 창간 1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사가 준비되어 있다. 먼저 여름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거나 혹은 미처 떠날 여건이 되지 않더라도 휴가 기분을 색다르게 만끽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80일간의 미스터리 세계일주’ 특집이 마련됐다. 일본과 미국, 영국부터 시작하여 보츠와나, 콜롬비아,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26개국에서 출현한, 혹은 그곳을 배경으로 한 다채로운 미스터리 소설들을 소개한다. 자신이 속한 시공간에서 벌어진 범죄의 연원을 따라가다보면 그 사회 전체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스터리 소설은 종종 뛰어난 지리부도이거나 여행 안내책자가 된다. 이 세계여행의 경유지 중 한 곳인 홍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음, 형사』와 『13.67』의 작가 찬호께이의 특별한 서면 인터뷰에서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또 다른 특집 기사는 영화감독이자 평론가 정성일이 쓴 <곡성>에 관한 긴 설명문이다. 이것은 ‘평론’이 아니며, 범죄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영화와 그에 열광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돌이켜보는 글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현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동선의 목적, 행위에 따른 책임과 결과, 인물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윤리에 대한 질문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 세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혐오를 차가운 분노로 그려낸 ‘백합 스릴러’ 『벤전스』에 관한 평론(‘TOON’), 여성 혐오와 망상이 뒤섞인 범죄 앞에서 그 망상과 혐오가 얼마나 ‘입증’되기 어려운지 돌이켜보는 에세이 ‘한낮의 미스터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로부터 듣는 한국형 범죄의 연구 작업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권한다. 또한 아서 코넌 도일과 셜록 홈스라는 ‘라이벌’, 혹은 작가와 피조물과 독자 사이의 복잡한 삼각관계에 관한 흥미진진한 추적(‘MIRROR’), 한국 최초의 여성 판사로 주목받았지만 1961년 의문의 죽음을 맞았던 황윤석에 관한 기록(‘PULP’), 자기색정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케이스에 관한 법의학적 해설(‘NONFICTION’)이 수록됐다. 신간 중에서는 『철로 된 강물처럼』, 『얼굴 없는 남자』,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크리피』, 『코카인 블루스』 등을 선정하여 서평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