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하기 유리열쇠상, 골드대거상 수상작“아기가 물고 있는 건 사람의 뼈였다.”주택가에서 발견된 백골, 그와 함께 드러난 추악한 진실! 『무덤의 침묵』은 북유럽 경찰소설의 시인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에 속하는 장편소설로, 주택가 공사장에서 발견된 백골의 정체를 파헤치는 경찰 수사와 혼수상태에 빠진 딸을 보살펴야 하는 에를렌뒤르의 개인사가 촘촘하게 얽힌 작품이다. 작가 인드리다손은 특유의 시적이고도 직관적인 문장으로 잔혹한 사건과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그 마음속에 남은 미스터리한 슬픔에 대해 파고든다.‘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는 최고의 북유럽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최고의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골드대거상 등 세계 유수의 추리소설상을 휩쓸며 작가 인드리다손을 세계적인 인기 작가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 “당신, 산 채로 묻힌 겁니까?”『무덤의 침묵』의 도입부는 혼란스럽고 충격적이다. 이제 유치가 나기 시작한 아기가 입에서 떼지 못하고 물고 있던 장난감의 정체가 사람의 갈비뼈였다는 폭로에 이어, 그 뼈가 주택가 한복판의 공사장에서 나왔다는 신고, 그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형사 에를렌뒤르가 백골의 모습을 보고 생매장의 가능성을 떠올리는 장면까지 쉼 없이 흘러간다. 놀라움은 이에 그치지 않고, 불길한 예감에 빠진 에를렌뒤르에게 딸의 전화가 걸려 온다. “살려줘요”라는 한마디. 그리고 전화는 끊긴다. 에를렌뒤르는 밤새도록 딸을 찾아 레이캬비크를 뒤진 끝에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딸을 발견한다. 약물의존자인 딸은 임신중이었고 몇 달 전 에를렌뒤르와 싸운 후 종적을 감췄었다. 그동안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토록 강렬한 도입부는 독자를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끌어당긴다.에를렌뒤르와 팀원들은 2차세계대전 동안 뒤죽박죽으로 쌓인 자료와 서류를 하나하나 뒤지고,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아가며 수사를 진행한다. 이렇듯 주인공 팀과 함께 단서를 하나씩 획득하고 가설과 논박을 주고받는 것이 바로 경찰소설의 재미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되는 수사를 통해 에를렌뒤르의 팀은 서서히 백골의 진실에 다가가고, 그 충격적인 진실은 작가 인드리다손의 탁월한 플롯 덕분에 몇 줄로 축약된 옛 사연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사건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 에를렌뒤르의 마음속 또 하나의 무덤살인이나 실종 같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는 사건 생존자들이나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경찰 수사란 ‘범인 검거’에서 그치지 않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작가의 신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에를렌뒤르 역시 실종 사건 생존자로서의 고통을 품고 있기에, 그의 연민과 이해는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에를렌뒤르는 어릴 적 눈폭풍 속에서 남동생과 함께 조난당했다가 본인만 구출되고 동생은 영영 잃어버린 사건을 겪었다. 이 사건은 에를렌뒤르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신원 미상의 피해자나 실종자에 집착하다시피 하는 그의 행동은 이런 개인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덤의 침묵』에서도 단서를 찾기 어려운 백골의 신원을 밝히는 일에 대해 팀원들은 물론 탐문 수사를 위해 만난 사람들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에를렌뒤르만은 “어쨌건 거기서 뼈가 나왔고, 그것은 누군가의 뼈죠. 그냥 묻어버릴 수는 없어요. 모든 경로를 다 조사해봐야 합니다”(본문 98쪽)라며 강한 의지를 보인다. 지금껏 시리즈 속에선 에를렌뒤르의 트라우마에 대해 스치듯 지나가는 언급들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으나, 처음으로 『무덤의 침묵』에서 자세한 내용과 함께 그의 속마음이 공개된다. 남에게 속엣말을 잘 하지 않는 에를렌뒤르란 캐릭터는 혼수상태에 빠져 대답을 할 수 없는 딸에게나 겨우 이야기를 털어놓는 정도지만, 그렇기에 더욱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상처를 처음으로 마주한 에를렌뒤르가 어떻게 그 상처를 극복하기로 했는지는 2017년 출간된 『저체온증』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찰 소설의 불모지에서 태어난 거장인드리다손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언론사 《모르귄블라디드Morgunblaðið》에서 이십 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고 영화 평론가로서도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그후 스스로도 의외인 선택을 한다. “아이슬란드 독자들이나 작가들이나 경찰소설은 질 나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중략) 자기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굳게 믿어서 미디어에 범죄가 잘 다루어지지 않기도 했고요. (중략) 저조차도 제가 경찰소설을 쓴다고 생각했다면 주저했을 겁니다.” -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인터뷰 스스로도 자기가 쓰는 것이 경찰소설이라는 자각을 못 했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은 북유럽 경찰소설의 대세와는 거리가 멀다. 스웨덴의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마르틴 베크’ 시리즈(김명남 옮김, 엘릭시르 출간중)로 정립시킨 북유럽 경찰소설의 원칙을 인드리다손은 가뿐히 무시하면서도 교묘하게 따라간다.오랫동안 북유럽 경찰소설은 실제 수사 체계를 따라 주인공 경찰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범죄의 배경이 된 사회문제와 비합리적인 수사 체계 및 경찰 내 비리를 폭로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뒤르 형사는 상관이든 동료의 의견이든 무시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독불장군형 인물로, 경찰 시스템의 문제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또한 그가 살면서 마주치는 가장 큰 갈등은 경찰로서의 고된 삶이나 사건 수사에서 오는 게 아니라, 어릴 적 실종된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와 가족 간의 갈등이라는 개인사에서 온다. 이런 사연이 그의 수사 활동의 동력으로 작용하기에 이 소설은 경찰소설일 수 있다.작가가 경찰소설임을 의식하지 않고 쓴 덕분일까, 그의 대표 시리즈인 에를렌뒤르 형사의 이야기는 인간의 비극을 그린 장엄한 서사극이자 위대한 경찰소설이 되었다.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경찰소설의 전통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슬란드에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다. 그는 아이슬란드 최고 베스트셀러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으며, 이후 아이슬란드에서 장르 소설 작가의 위상을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에 바치는 찬사들“비범한 시리즈.” - 《뉴욕 타임스》“스티그 라르손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느낄 공백을, 완벽하게 채울 소설.” - 《USA 투데이》“대가의 솜씨가 느껴지는 탁월한 시리즈.” - 《시카고 선타임스》“인드리다손의 작품은 모든 것이 균형 잡혀 있고, 클리셰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 구성과 속도감에는 저항조차 불가능하다. 결말 또한 그냥 완벽하다. 여기 최고의 작품이 있다! 라는 찬사가 어울리는 아이슬란드 소설.” - 《뉴스데이》“좋은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은 내 서재에서 좋음을 넘어 월등하다.” - 조 퀘틴,《뉴욕 타임스》 리뷰“인드리다손은 대단히 간결한 문체와 시원스러운 속도로 날카로운 심리 묘사를 해낸다.” -《인디펜던트》“괴로울 정도로 홀려 눈을 뗄 수 없는 소설.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강렬한 필치.”-《오클라호만》 ●작가 수상력2002년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 유리열쇠상2003년 스칸디나비아 추리작가협회 유리열쇠상200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 최우수 장편소설상2005년 스웨덴 추리작가아카데미 마르틴 베크상2007년 프랑스 리테라튀르 폴리시에 그랑프리상2009년 배리상 최우수 장편소설상2013년 스페인 RBA 최우수 장편소설상 ●책 속에서청년은 아기의 손에서 물건을 빼앗아 들고 살펴보았다. 아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것이 사람 뼈라는 것을 금방 알아보았다. 길이가 십 센티미터쯤 되는 갈비뼈였다. (8쪽)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은 사라졌다. 그의 폭력은 부자연스럽거나 관계를 해치는 행동이 아니라, 반대로 꼭 필요한 일, 나아가 올바른 일처럼 되었다. 때로 그녀는 그의 폭행이 무엇보다 그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남편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때릴수록 그도 비참해졌다. (67쪽) “가정 폭력이란 영혼 살해에 붙는 편리한 이름이죠. 그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순화시킨 용어예요. 평생토록 끝없는 공포 속에 사는 느낌을 아시나요?” (287쪽)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Arnaldur Indriðason (지은이)1961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났다. 1997년 ‘형사 에를렌뒤르’ 시리즈의 첫 작품 『대지의 아들들』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신문기자와 영화 평론가로서의 경력이 드러난 간결한 문체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아름다운 묘사가 눈에 띄어 호평을 받았다. 후속권이 나올 때마다 인기를 더해간 이 시리즈는, 인드리다손에게 북유럽추리작가협회가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2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2021년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영국추리작가협회 최고 장편소설상 등 세계 유수의 범죄소설상을 수상했다.인드리다손은 북유럽 경찰소설의 시인이다. 인드리다손의 범죄소설은 ‘범인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집중하기보다 범죄가 피해자 주변 사람에게 남긴 상처를 아름다운 리듬감의 언어로 파고든다. 대표 시리즈의 주인공인 에를렌뒤르 형사는 사람들의 삶에 불현듯 닥쳐온 살인 사건, 즉 죽음에 대해 성찰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 아내와는 이혼하고,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하는 자식들과는 관계가 파탄 나 겨우겨우 회복하려 노력중인 그의 개인사는 작품의 중심에 놓인 범죄 사건과 절묘하게 얽혀 이야기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든다.범죄가 일으킨 비극을 통해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가 인드리다손의 주제 의식은 2008년 프랑스의 저명한 일간지 《르피가로》 인터뷰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나는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공감할 굴곡이 없기 때문이다.” ●고정아 (옮긴이)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순수의 시대』, 『하워즈 엔드』, 『전망 좋은 방』, 『오만과 편견』, 『히든 피겨스』 등 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고, 그중 『천국의 작은 새』로 2012년 6회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또한 『엘 데포』,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손힐』 등 어린이, 청소년 도서도 활발히 번역하고 있다.